‘카드론•리볼빙·현금서비스’ 서민을 덮친 금융 함정
2025년 3월 현재, 카드론을 비롯한 고금리 금융상품의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서민금융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법정최고이자율인 20%에 가까운 금리 수준에도 불구하고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중저신용자와 젊은층을 중심으로 부채 구조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드사의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급전 수요가 몰리면서 금융 취약계층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카드론 잔액 역대 최대…법정이자율 근접에도 증가세
2025년 2월 말 기준,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2조9888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2025년 1월 말 잔액 42조7309억원보다 약 2500억원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기록을 또다시 경신한 것입니다.
이러한 카드론 잔액 증가의 배경으로는 경기 불황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가 늘어난 가운데, 은행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카드론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카드론은 은행 대비 대출 절차가 간편하고 문턱이 낮아 서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수단이지만, 고금리가 적용되어 상환 부담이 큽니다.
대환대출·현금서비스·리볼빙 모두 급증…‘돌려막기’ 확산
카드론을 갚기 위해 또 다른 카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기준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6843억원으로, 전월 대비 732억원 증가했습니다. 이는 부채를 또 다른 부채로 갚는 ‘돌려막기’ 현상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잔액도 6조7440억원으로 전월보다 1303억원 증가했습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도 7조613억원으로 91억원 늘어나, 전반적인 카드 기반 단기 대출이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카드 관련 대출 상품들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단기 자금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는 점과 함께, 서민들이 점점 더 고금리 금융상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연소득 낮을수록 ‘문제적 카드 부채’ 많아…30세 미만 비중 최고
카드사의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기준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16%였으며, 결제성 리볼빙 금리는 평균 17.25%, 현금서비스 금리는 평균 18.24%에 달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연소득이 낮은 차주일수록 문제적 카드 부채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2016년 기준, 소득 1분위(월 소득 168만원 이하)와 2분위(295만원 이하) 차주 중 90일 이상 카드 연체를 경험한 비율은 각각 17.1%, 16.5%로 나타나, 다른 소득분위보다 높았습니다. 또한 카드 연체 이력이 있는 차주일수록 대출기관 수가 많고, 신용대출과 카드론 이용 비율이 높은 반면, 주택담보대출 보유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자산 수준과 담보 제공 능력이 부족한 이들이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를 보여주며, 갑작스러운 소득 변화에도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사회초년생과 같은 젊은층에서 문제적 부채가 심각했습니다. 30세 미만 신용카드 보유자의 문제적 카드 부채 보유 비율은 22.1%로 가장 높았고, 30~34세는 13.6%, 70세 이상은 5.9%에 그쳤습니다. 문제적 부채 보유율은 세대 간 최대 16.2%포인트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신용카드 부채는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부채로 부채를 갚는 구조가 되면서 원금 상환 시기를 미루고 이자 비용만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한다”고 분석했습니다.
2025년 3월 현재, 카드론과 관련한 고금리 금융상품들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며 서민금융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중저신용자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돌려막기’ 대출과 리볼빙 서비스의 확산은 단순한 부채 증가를 넘어 구조적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채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금융교육 강화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시급한 것은 현실에 기반한 금융 시스템의 개편입니다. 고금리 상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을 위해 보다 유연하고 실질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하며, 현재처럼 형식적인 금융교육이나 캠페인만으로는 부채 구조를 이해하기엔 역부족입니다. 금융기관들이 수익만을 쫓는 구조에서 벗어나 금융 취약계층의 실질적 지원자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며, 생활 밀착형 금융 교육과 적극적인 정보 제공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서민이 부채에 끌려 다니는 사회가 아니라, 재정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은 ‘이해’와 ‘접근’입니다. 지금이 그 전환점이 되어야 할 시점입니다.